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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풋: 떨어지면 받아준다?! 시장을 달랜 대통령의 숨은 카드

이코노코더 (EconoCoder) 2025. 4. 13. 04:08

트럼프 풋이란 무엇인가?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는 재미있는 속설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트럼프 풋(Trump Put)’이라는 말인데요. 어려운 용어처럼 보이지만 쉽게 풀어보면, “트럼프가 주식시장의 안전망이 되어줬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풋(Put)’이라는 단어는 원래 옵션 거래에서 일종의 보험을 가리킵니다. 주가가 크게 떨어질 때 손실을 막아주는 안전장치 같은 건데요. ‘트럼프 풋’이란 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마치 그 보험처럼 시장을 떠받쳐줬다는 믿음을 나타내는 투자자들의 별명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시장이 떨어지면 트럼프가 밑에서 받아준다”는 기대심리였던 거죠.

그렇다면 왜 하필 트럼프였을까요? 정치인은 많고 대통령도 여러 명 있었지만, 유독 트럼프에게 이런 별명이 따라다녔습니다. 초보 투자자라면 좀 낯설 수 있는데, 천천히 하나씩 알아보겠습니다.

 

 

 

주식시장과 사랑에 빠진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내내 주식시장 사랑을 공공연히 드러냈습니다. 그는 취임 직후부터 증시 상승을 자신의 업적으로 내세웠고, 트위터와 연설에서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때마다 자화자찬을 했죠. 실제로 트럼프 집권 초기인 2017년에는 법인세 인하와 규제 완화 등의 친기업 정책 덕분에 미국 증시가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투자자들은 “역시 비즈니스맨 대통령이라 다르네” 하고 환호했죠.

그러나 트럼프의 행동이 항상 시장에 좋기만 했던 건 아닙니다. 그는 돌발 발언과 예측 불가능한 정책으로 악명이 높았는데, 특히 무역전쟁(관세 폭탄)은 시장을 몇 번이고 출렁이게 만든 주범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어느 날 트럼프가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왕창 매기겠다!”라고 선언하면 뉴욕 증시는 즉각 급락했습니다. 갑자기 무역 장벽이 높아지면 기업 실적이 나빠질 거란 우려 때문이죠. 투자자들은 혼비백산해서 주식을 팔아치우기 바빴습니다. 트럼프 스스로 불을 지른 셈입니다.

흥미로운 건 그 다음 전개입니다. 트럼프는 시장이 폭삭 내려앉는 걸 두고 보지 않았습니다. 며칠 못 가서 입장을 슬쩍 바꾸거나 타협안을 내놓곤 했습니다. 앞서 관세 폭탄을 투하하던 트럼프가 “중국과 대화하고 있다. 좋은 합의가 있을지도 모른다”라며 분위기를 바꾸면, 떨어졌던 주가가 거짓말처럼 반등했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선 가슴을 쓸어내릴 일이죠. 이렇게 트럼프는 때로는 자신의 공격으로 떨어뜨린 시장을 다시 스스로 달래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이 모순된 행동에 시장 참여자들은 놀라면서도, 점차 하나의 패턴을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아, 트럼프는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 결국 뭔가 수를 내서라도 다시 올려놓는구나.”

 

 

 

“떨어지면 사라” – 현실이 된 속설

이런 일이 반복되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트럼프가 받쳐줄 테니 걱정 마라”는 심리가 퍼졌습니다. ‘트럼프 풋’이라는 별명이 탄생한 배경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2019년을 돌아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가끔 강경한 관세 정책을 예고해 시장을 긴장시켰다가도 주가가 급락하면 슬며시 태도를 누그러뜨리곤 했습니다. 2019년 8월에는 무역분쟁 악화로 뉴욕 증시가 크게 출렁이자, 트럼프가 일부 관세 부과를 연기하는 깜짝 결정을 내렸습니다. 시장은 바로 안도 랠리로 화답했고요. 마치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면 결국 부모가 사탕을 물려서라도 달래는 모습과 닮았다고 해서, “아기가 울면 사탕 준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습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실제로 "지금은 매수 기회야"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그런 분위기를 부추겼는데요. 그는 주가 급락 국면에서 “지금은 주식을 사기 딱 좋은 시점!”이라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대통령의 입에서 직접 “사라(Buy)!” 신호가 나오니 투자자들은 더욱 안심하고 떨어진 주식을 담았습니다. ‘트럼프 풋’이 작동했다는 농담이 현실이 된 듯한 순간들이었죠.

 

 

 

시장에 진짜 효과가 있었을까?

그렇다면 이러한 트럼프 풋 효과가 실제로 시장에 영향을 줬을까요? 많은 경제 분석가들은 “어느 정도 yes”라고 말합니다. 트럼프 임기 동안(2017~2020년) 미국 주식시장은 큰 폭의 성장을 이뤘습니다. 중간중간 무역전쟁, 금리 인상 우려 등으로 급락 사태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놀랍게도 대부분 단기간에 회복되었습니다. 트럼프의 말 한마디나 정책 선회가 마법의 봉합제처럼 쓰였던 면이 있습니다. 그의 임기 말까지 S&P500 지수는 취임 시점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마감했는데, 이는 투자자들의 ‘떨어지면 올라온다’ 학습 효과와 맞물린 결과였습니다.

물론 트럼프 혼자 힘으로 시장이 오른 건 아닙니다. 기업들의 이익 증가, 기술주들의 약진, 그리고 미국 중앙은행(연준)의 통화완화 정책 등 여러 요인이 어우러졌지요. 하지만 특이했던 점은, 대통령 본인이 증시 부양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모습이 두드러졌다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연준을 믿고 주식을 사라”는 말이 있었는데, 트럼프 시절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젠 대통령도 시장을 떠받치네” 하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트럼프는 때로 연준 의장 못지않은 영향력을 행사한 셈입니다.

다만, ‘트럼프 풋’이 만능 열쇠는 아니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2020년 초 갑작스러운 코로나19 사태로 시장이 폭락했을 때를 떠올려볼까요?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문제없다, 잘 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바이러스라는 현실 앞에서는 시장의 공포를 막기 역부족이었습니다. 결국 증시를 구한 건 대규모 경기부양책과 연준의 개입이었죠. 이처럼 대통령의 말과 정책이 단기적인 심리 안정에는 도움이 돼도, 근본적인 위기 앞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교훈도 남았습니다.

 

 

 

투자자들의 심리 변화: “설마 떨어지겠어?”

트럼프 풋 현상은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에도 미묘한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자, 생각해봅시다. 만약 누군가 “너 주식하다 큰일 나면 내가 다 구해줄게”라고 보장해준다면, 우리는 평소보다 더 큰 위험을 감수할지도 모릅니다. 마찬가지로 많은 투자자들이 ‘트럼프가 지켜주겠지’라는 안도감 속에 dip(하락장)마다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들이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저점에서 겁내 팔면 손해, 조금 기다리면 트럼프가 또 살려줄 텐데 뭘” 이렇게 생각한 투자자들도 있었어요. 실제로 이런 전략이 트럼프 임기 중 상당 기간 통했기 때문에 ‘저가 매수’에 대한 학습 효과가 강하게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심리적 안전판에는 이면도 있습니다. 투자자들이 너무 안일해질 위험이 있다는 거죠. 트럼프의 말 한마디를 맹신했다가 낭패를 본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앞서 언급한 코로나 위기 때 초기 대응이 미흡해 시장이 폭락할 때까지 손을 놓고 있다가 크게 당한 이들도 있었죠. 또한 트럼프의 즉흥적 정책은 언제 돌변할지 몰랐기 때문에, “이번에는 받아줄 거야”라고 믿고 버티다가 예상이 빗나가 큰 손실을 볼 가능성도 늘 존재했습니다. 한 마디로 트럼프 풋에 기대는 투자달콤하지만 위험한 줄타기와 같았던 셈입니다. 시장이 늘 그렇듯, 기대와 다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경각심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한국 ‘서학개미’에게 시사하는 바

그렇다면 미국 밖의 투자자들에게, 특히 한국의 개인 투자자들(일명 ‘서학개미’)에게 트럼프 풋은 어떤 의미였을까요? 지난 몇 년 사이 한국에서도 미국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개인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한때 “동학개미”(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에 대응하는 말로 “서학개미”라는 신조어까지 생겼죠. 예전에는 해외 주식 하면 소수만 했지만 이제는 일반 투자자들도 애플, 테슬라, 아마존 같은 미국 주식을 손쉽게 사고팝니다. 특히 2020년대 들어 초저금리 시대와 기술주 강세가 맞물리면서, 미국 증시의 매력에 빠진 한국 투자자들이 크게 늘었어요.

이런 서학개미 열풍의 배경에는 트럼프 시절의 미국 증시 호황도 한 몫 했습니다. 트럼프 풋으로 대표되는 시장 부양 기대감 속에 미국 증시는 비교적 빠르게 회복하고 성장했기 때문에, 한국 투자자들 입장에서도 “미국장은 믿을 만하다”는 인식이 퍼졌습니다. 가령 2018~2019년 트럼프의 관세 공방으로 뉴욕 증시가 롤러코스터를 탈 때도, 결과적으로는 고점을 계속 높여가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일부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장에서 큰 조정이 올 때마다 “싸게 살 기회”라 여기고 돈을 실어 나르기도 했죠. 실제로 한국 예탁결제원 자료를 보면, 미국 시장 급락 시기에 한국 개인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 금액이 크게 증가한 사례들도 있습니다. 멀리 떨어진 한국에서도 트럼프의 한마디 한마디에 따라 밤새 울고 웃는 일이 벌어진 겁니다.

한국의 서학개미들에게 ‘트럼프 풋’ 현상이 주는 교훈은 두 가지로 요약해볼 수 있습니다. 첫째, 글로벌 주식시장은 이제 하나로 묶여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 대통령의 정책 변화나 트윗 한 줄이 우리나라 개인 투자자의 자산에도 직격탄을 날릴 수 있는 시대입니다. 시간대는 다르지만 뉴욕 증시가 폭락하면 다음 날 코스피도 영향을 받고, 반대로 뉴욕이 반등하면 함께 분위기가 살아나죠. 세계 경제와 정치 뉴스를 늘 주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둘째, “누군가 받아주겠지”라는 막연한 믿음에만 기대면 위험하다는 점입니다. 트럼프 풋이 한국 투자자들에게도 안전판이 되어준 측면이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과거 특정 시기의 특수한 현상일 뿐입니다. 앞으로도 그럴 거란 보장은 없습니다. 예를 들어 트럼프 이후로 정권이 바뀌면서 이런 직접적인 증시 부양 신호는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설령 트럼프가 다시 영향력을 갖는다고 해도, 경제 상황이 달라지면 언제든 시장은 다른 방향으로 반응할 수 있습니다. 한국 투자자들 역시 미국 주식에 투자할 때 이런 “대통령 풋” 같은 외부 요인은 참고만 할 뿐 절대적인 믿음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맺음말: 보이지 않는 손, 언제까지 작동할까?

‘트럼프 풋’은 현대 주식시장에서 투자자 심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세계 최강대국의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주식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 역할을 자청하자, 투자자들은 거기에 열렬히 반응했습니다. 덕분에 한동안 “하락해도 언젠가 복구된다”는 믿음이 시장을 지배했고, 이는 새로운 투자 문화와 행동 양식을 만들었습니다.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투자자들이 그 심리적 안전판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았던 것도 분명하지요.

하지만 시장은 늘 예측 불허입니다. 트럼프라는 인물이 만들어낸 특별한 안전망도 상황이 바뀌면 언제든 효력을 잃을 수 있습니다. 결국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자신만의 원칙과 냉철한 판단입니다. 트럼프 풋이 실제로 존재하든 아니든, 무작정 누군가가 구원해주길 바라며 위험을 간과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겠죠. 재치 있고 도발적인 별명이었던 트럼프 풋은 투자 세계에 작은 일화로 남겠지만, 우리 개미 투자자들은 스스로의 실력으로 시장을 이겨나가야 함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끝으로, 주식시장은 때로는 심리 게임이라는 말을 다시 떠올리게 됩니다. 모두가 불안해할 때 한 사람의 강력한 한마디가 공포를 뒤집어 놓을 수도 있고, 모두가 안심할 때 예기치 못한 사건이 터져 속수를 쓰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트럼프 풋’은 그 스펙트럼의 한쪽 끝을 보여준 사례였습니다. 이제 앞으로는 또 어떤 새로운 안전망 또는 새로운 변수가 나타날지 모를 일입니다. 투자자라면 언제나 대비하고 지켜보는 수밖에요. 오늘도 변동성의 파도 위에서 현명한 서퍼가 되길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칩니다.